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Layoff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게 된다.
특히 IT 업계에서는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은 단어가 되었다. Google, Meta, Microsoft 같은 거대 기업들도 수천 명씩 직원을 줄이고, 실적이 나쁘지 않은 회사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조직을 없애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대학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기업보다는 연봉이 낮을 수 있지만 대신 고용이 안정적이고, 특히 교수나 대학의 정규직 직원이라면 일반 기업처럼 갑자기 대규모 Layoff를 당하는 일은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시카고 지역 대학들의 상황을 보면 이런 생각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
2026년 여름, 시카고에 있는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IIT, Illinois Tech)**가 약 160명의 Faculty와 Staff를 감원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IIT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Northwestern University는 이미 약 425개의 Staff Position을 없앴고, DePaul University 역시 100명이 넘는 직원을 감원했다.
미국 대학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IIT, 가을학기 시작 직전에 약 160명 감원
2026년 7월 말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는 약 160명의 Faculty와 Staff를 감원했다.
시점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불과 몇 주 전이었다.
학교 측이 밝힌 이유는 크게 보면 연구비 감소와 국제학생 문제, 그리고 대학을 둘러싼 장기적인 재정환경 악화였다.
IIT는 시카고에 위치한 사립 연구대학으로 특히 Engineering, Computer Science, Technology 분야가 강한 학교다.
그런데 IIT의 학생 구성을 보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숫자가 하나 나온다.
2025년 가을 기준 IIT 전체 학생의 40% 이상이 미국 이외 국가에서 온 국제학생이었다. 대학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국제학생 비율은 약 **60%**에 달했다.
그만큼 국제학생 의존도가 높은 학교였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국제학생, 그중에서도 대학원생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공개된 과거 Enrollment 자료를 비교하면 2024년 가을에서 2025년 가을 사이 IIT의 국제 대학원생이 약 1,2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생이 약 7,500명 정도인 학교에서 1년 사이 국제 대학원생 1,200명이 사라졌다는 것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단순히 교실에 학생 몇 명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학교의 수입 구조 자체에 상당한 구멍이 생길 수 있는 규모다.

왜 국제학생이 줄어드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처음에는 이 부분이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학생이 줄었다고 해서 대학이 교수와 직원을 160명이나 해고해야 할 정도일까?
미국 대학의 재정구조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미국 대학, 특히 사립대학에서 등록금은 매우 중요한 수입원이다.
그리고 국제학생은 일반적으로 미국 학생과 달리 연방정부의 Financial Aid 대상이 아니며, 학교 자체의 장학금 지원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하면 국제학생 한 명이 학교에 가져오는 실제 Tuition Revenue가 상당히 클 수 있다.
특히 Computer Science, Engineering, Data Science 같은 STEM 대학원 과정에는 중국이나 인도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이 갑자기 수백 명, 천 명 단위로 줄어들면 학교 입장에서는 예상했던 등록금 수입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그런데 교수 월급, 직원 월급, 건물 유지비, 연구시설 운영비 같은 비용은 학생이 줄었다고 바로 같이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수입은 빠르게 감소하지만 비용은 그대로 남게 된다.
이것이 대학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구조다.
연구비 문제까지 동시에 발생했다
IIT의 문제는 국제학생만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Federal Research Funding이다.
미국의 연구중심 대학들은 NSF, NIH를 비롯한 여러 연방기관으로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받는다.
연구비는 단순히 교수 개인의 연구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Facilities & Administrative Costs, 흔히 간접비라고 부르는 비용을 함께 받는다.
이 돈은 연구실뿐 아니라 대학 전체의 연구 인프라와 행정조직을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Federal Research Funding이 줄어들거나 불확실해지면 연구 중심 대학의 재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IIT는 국제학생 등록금과 연구비라는 두 가지 중요한 수입원이 동시에 압박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IIT에서 더 놀라운 것은 교수까지 해고됐다는 점이다
Staff Layoff라면 미국 대학에서도 아주 없었던 일은 아니다.
경기가 나빠지거나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면 행정조직을 통합하고 직원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IIT의 이번 구조조정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Faculty까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교수에게는 흔히 Tenure라는 제도가 있다.
Tenure를 받은 교수는 연구나 학문적 견해 때문에 쉽게 해고되지 않도록 강한 고용보호를 받는다.
그래서 일반 회사의 정규직과는 상당히 다른 고용관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Tenure가 있다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해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자체의 존립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재정위기가 발생하면 Financial Exigency를 선언하고 교수 인력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IIT 사태에서 바로 이 단어가 등장했다. “Financial Exigency“
쉽게 표현하면 단순히, “올해 예산이 조금 부족합니다.”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이 기존의 정상적인 운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재정상황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Faculty와 Staff 약 160명이 한꺼번에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이다.
더구나 Faculty Senate는 학교 President와 Provost에 대해 No Confidence Vote, 즉 불신임 투표까지 했다.
Faculty 측에서는 현재의 어려운 외부환경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학교 경영진이 위기에 너무 늦게 대응했고 재정상황과 구조조정 과정도 충분히 투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IIT의 이번 사건은 단순한 Layoff를 넘어 학교 내부의 Governance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Northwestern도 425개 자리를 없앴다
처음 IIT 소식을 접했을 때는 작은 사립대학의 특수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카고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전혀 다른 학교가 있다.
Northwestern University.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사립대학이고 막대한 Endowment를 보유한 연구중심 대학이다.
그런 Northwestern도 2025년 대규모 인력감축을 실시했다.
학교가 발표한 숫자는 약 425개의 Staff Position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425명이 모두 실제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것은 아니다. Northwestern에 따르면 없어지는 425개 Position 가운데 거의 절반은 당시 이미 Vacant Position이었다.
그래도 대학 전체 Staff Budget을 약 5% 줄이는 상당한 규모의 구조조정이었다.
Northwestern은 그전에 이미 신규 채용 제한, 비인건비 지출 10% 감축, 연봉 인상 중단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그런데도 부족해서 결국 인건비를 건드린 것이다.
Northwestern이 밝힌 이유를 보면 IIT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Federal Research Funding의 불확실성, 국제학생 입학 제한 가능성, 의료보험 비용 상승, 새로운 Labor Contract 비용, Employee Benefits, Compliance 비용과 Litigation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Northwestern의 2025 회계연도 결과를 보면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학교는 FY2025를 약 1억 4,790만 달러의 Operating Loss로 마감했다.
Northwestern 정도의 학교도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 대학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단순히 몇몇 작은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DePaul University에서도 114명 해고
시카고의 또 다른 대형 사립대학인 DePaul University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25년 12월 DePaul은 114명의 Staff를 감원했다.
당시 전체 Full-time 및 Part-time Staff가 1,493명이었으니 약 7~8%에 해당하는 상당한 숫자다.
그런데 DePaul이 밝힌 재정악화 이유를 보면 IIT와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특히 국제학생 감소가 컸다.
2025년 가을 DePaul의 국제학생 Enrollment는 전년보다 755명 감소했고, 신규 국제 대학원생은 무려 약 62% 감소했다.
학교가 당초 예산을 만들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감소였다.
여기에 학생들의 Financial Aid 수요 증가와 Employee Benefit 비용 상승까지 겹쳤다.
결국 DePaul 역시 인건비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
결국 세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
IIT, Northwestern, DePaul은 서로 성격이 상당히 다른 대학이다.
IIT는 STEM 중심의 비교적 작은 사립 연구대학이고,
Northwestern은 세계적인 연구중심 명문 사립대학이며,
DePaul은 시카고 도심의 대형 사립대학이다.
그런데 최근 세 학교의 구조조정 이유를 나란히 놓아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첫 번째는 국제학생이다.
특히 IIT와 DePaul처럼 국제 대학원생 비중이 높은 학교에서는 국제학생 감소가 곧바로 Tuition Revenue 감소로 연결된다.
두 번째는 Federal Research Funding이다.
연구중심 대학일수록 정부 연구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비용 상승이다.
건물 유지비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Health Insurance, Employee Benefits, Labor Contract, Compliance, IT Infrastructure 등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고정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네 번째는 미국의 인구구조 변화다.
이것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더 어려운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출생률은 계속 낮아졌고, 당시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고 있다.
Higher Education 업계에서는 이를 흔히 Demographic Cliff라고 부른다.
앞으로 미국 내 대학 진학 가능 인구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25년에만 미국 대학에서 최소 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이번 현상이 시카고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Inside Higher Ed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Higher Education Sector에서 최소 9,000개의 Job Cut과 Buyout이 발생했다.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모든 대학이 인력감축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미국 대학은 연봉은 조금 낮아도 안정적이다.”
라는 전통적인 인식도 앞으로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Enrollment가 감소하고 있는 중소 사립대학이나 국제학생 의존도가 높은 대학, 그리고 특정 연구비에 크게 의존하는 대학에서 일한다면 학교의 재정상태도 일반 기업을 볼 때처럼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IIT가 문을 닫을 정도로 위험한 것일까?
160명이라는 숫자만 보면 이런 생각도 들 수 있다.
IIT가 곧 없어지는 것 아닐까?
현재 공개된 정보만 가지고 그렇게까지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IIT는 오랜 역사를 가진 연구대학이고 Engineering과 Technology 분야에서 분명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회성 Layoff 정도로 가볍게 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전체 학생이 약 7,500명인 대학에서 국제 대학원생 약 1,200명이 1년 사이 감소했고, Faculty와 Staff 약 160명을 줄였으며, Faculty Senate가 학교 최고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까지 결의했다.
적어도 상당히 강한 재정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국제학생 Enrollment가 다시 회복되는지, Federal Research Funding이 안정되는지, 그리고 이번 구조조정 이후 학교가 다시 균형 잡힌 예산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대학도 결국 하나의 거대한 조직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우리는 흔히 대학을 일반 회사와 완전히 다른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있고 교수가 있고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니 당연히 기업과는 목적부터 다르다.
하지만 대학 역시 수천 명의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수많은 건물을 관리하고, 의료보험과 Retirement Benefit을 제공하며, 매년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운영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지속적으로 많아지면 아무리 대학이라도 버틸 수 없다.
그리고 미국 대학의 수입원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이번 사례에서 잘 보인다.
Tuition.
Research Funding.
Endowment와 Donation.
이 가운데 두 개가 동시에 흔들리면 생각보다 빠르게 문제가 커질 수 있다.
IIT가 그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에서 이런 일이 생길까?
아마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 대학의 구조조정 소식을 지금보다 더 자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Harvard나 Stanford 같은 학교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우리가 이름을 잘 모르는 수많은 사립대학이 있다.
그중에는 학생 등록금 의존도가 매우 높고 Endowment가 크지 않은 학교들도 많다.
그런 학교에서 미국 학생 수가 감소하고 국제학생까지 줄어들면 상황은 IIT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반대로 재정이 튼튼하고 학생 수요가 계속 유지되는 대학에는 오히려 학생과 우수한 Faculty가 더 몰릴 수도 있다.
결국 미국 Higher Education에서도 학교 사이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마치며
예전에는 대학에서 일한다고 하면 일반 기업보다 훨씬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특히 Tenure를 받은 교수라면 사실상 평생직장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하지만 IIT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그 전제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IIT 약 160명.
Northwestern 약 425개 Position.
DePaul 114명.
학교마다 상황과 감원 방식은 다르지만 짧은 기간 동안 시카고 지역의 주요 대학들이 연이어 인력을 줄였다는 사실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더구나 그 배경에는 국제학생 감소, Federal Research Funding, 인건비와 Benefit 증가, 그리고 미국의 장기적인 인구구조 변화가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IIT 사태는 한 대학의 경영 실패만으로 보기보다는 미국 Higher Education이 앞으로 맞게 될 변화의 한 장면으로 보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리고 미국에서 대학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제는 학교 이름이나 연봉, Benefit만 볼 것이 아니라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학교의 학생 수는 늘고 있는가?
그리고 이 학교는 실제로 돈을 어디에서 벌고 있는가?
기업에 취업할 때 회사의 실적을 살펴보는 것처럼 말이다.
Leave a Reply